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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초보를 위한 법률 지식

특약사항, 그냥 넣는 문구 아니에요! — 부동산 계약서 속 특약의 진짜 효력 알아보기

1. 특약사항이 왜 중요한가요?

부동산 매매계약서에는 기본적으로 ‘계약금’, ‘잔금’, ‘소유권 이전’ 등의 항목이 포함되지만, 세부적인 조건을 조율하고 싶은 경우에는 ‘특약사항’을 통해 조정할 수 있습니다. 특약은 말 그대로 ‘특별히 약속한 사항’으로, 매도인과 매수인이 합의해 계약서에 추가로 삽입하는 문구입니다.

 

예를 들어 매도인이 이사 날짜를 미룬다거나, 집에 설치된 시스템에어컨을 두고 가기로 한 경우, 말로만 약속할 것이 아니라 계약서에 특약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특약이 없다면 그 약속은 법적으로 증명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약사항, 그냥 넣는 문구 아니에요! — 부동산 계약서 속 특약의 진짜 효력 알아보기

 

2. ‘구두 약속’은 왜 문제가 되나요?

 

부동산 거래에서는 “말로 했던 약속”이 자주 문제가 됩니다. 매수인이 “보일러 수리는 해주신다고 하셨잖아요”라고 주장해도, 계약서에 명시된 바 없다면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이는 우리 민법 제105조에도 근거가 있는데,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로 정한 의사표시는 객관적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원칙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구두로 한 약속은 후속 분쟁에서 증거로 채택되기 어려우며, 실제로 판례에서도 계약서 특약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래 당사자 모두는 “이건 당연한 거지” 하는 식의 추정이 아닌, 문장 하나하나로 구체화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3. 특약사항이 인정받기 위한 조건

효력 있는 특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한 문구보다 구체적인 내용과 실행 조건이 필요합니다. 다음 조건이 충족되어야 특약사항은 강력한 법적 효력을 가집니다:

  • 구체성: ‘잔금일 전 수리 완료’ 보다는 ‘2025년 6월 10일까지 욕실 타일 누수 수리 완료’처럼 명확한 날짜, 대상, 조건을 포함해야 합니다.
  • 상호 동의: 일방이 작성한 문구가 아닌 매도인과 매수인 모두가 동의해야 합니다.
  • 서면 명시: 계약서 본문에 삽입하거나, 별도 첨부 문서로 서명 날인되어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예시 문구:

“본 부동산의 현관 센서등 및 주방 싱크대 배수구는 2025년 6월 20일까지 매도인 부담으로 수리 완료하며, 미이행 시 매수인은 잔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

 

예시 문구 2:

“본 건물에 설정된 근저당권은 잔금 지급 전까지 매도인이 말소 완료하며, 말소되지 않을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고 기지급한 계약금을 전액 환급받는다.”

 

세입자 퇴거 관련 특약 예시 문구:

“매도인은 2025년 7월 31일까지 기존 임차인의 퇴거를 완료하고, 퇴거 완료 후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인도하기로 하며, 기한 내 퇴거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거나 잔금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

 

4. 특약의 법적 효력이 실제로 발휘된 사례

 

사례 1 — 특약 이행 불이행으로 계약 해제 인정
매도인이 잔금일까지 근저당권을 말소하기로 특약을 맺었지만, 말소하지 못해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 특약을 계약 이행의 본질적인 조건으로 판단하고, 매수인의 해제가 정당하다고 보았습니다.

 

사례 2 — 명확하지 않은 특약은 효력 없음
“기존 하자 없도록 정리해두기로 함”이라는 애매한 문구만 삽입된 경우, 실제로 매수인이 입주 후 발견한 누수 하자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었습니다.
‘하자 정리’라는 표현은 추상적이고, 무엇을 언제까지, 누가 해야 하는지 불분명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특약의 존재 여부보다 작성된 문구의 명확성이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5. 특약사항 작성 시 실수하기 쉬운 유형

 

다음은 실제 분쟁을 유발하기 쉬운 잘못된 특약 작성 예시입니다:

  • “냉장고는 주고 간다” → 냉장고 브랜드, 상태, 모델명 등 구체적 명시 없어 분쟁 소지 있음
    “LG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 (2022년형) 미사용 상태, 잔금일 기준 매수인에게 인도”
  • “수리는 잔금일 전에 알아서 해주시기로 함” → ‘수리’ 범위, 책임주체, 시한 불명확
    “2층 욕실 샤워기 교체는 2025년 5월 31일까지 매도인이 부담하며 시공 후 확인 후 잔금 지급”

이처럼 특약 문구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꼼꼼하게 작성하는 것이 좋으며, 필요 시 공인중개사나 법무사의 검토를 받는 것도 바람직합니다.

 

6. ‘특약’으로 분쟁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

 

계약서에 특약사항을 넣는 이유는 단 하나,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반드시 특약으로 남겨야 합니다:

  • 잔금 지급 전까지 어떤 조치를 완료해야 하는 경우
  • 입주 전 청소, 하자 보수 등 작업이 남아 있는 경우
  • 대출 조건, 근저당 말소 등 금융 요건이 필요한 경우
  • 인도 지연 시 배상 또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경우

마지막으로, 계약서의 특약이 아무리 잘 작성되었더라도, 말과 다르게 행동하면 효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자가 해결되지 않았는데도 잔금을 먼저 지급하면, 특약을 스스로 무시한 셈이 될 수 있습니다.

특약은 "적절한 내용 + 타이밍 + 문서화" 이 3요소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법적 힘을 갖습니다.

 

마무리 TIP ! 특약사항은 당신의 권리를 지키는 작은 계약서입니다

 

부동산 거래는 단순히 도장을 찍는 일이 아닙니다. 계약서 속 한 줄, 한 단어가 때로는 수백만 원, 수천만 원의 손해나 이익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특약사항은 말하자면 ‘맞춤형 계약 보호 장치’입니다. 당연하게 넘겼던 약속도 특약 한 줄로 법적 효력을 얻게 되며, 분쟁이 생겼을 때는 당신의 가장 든든한 무기가 됩니다.

 

계약의 끝은 또 다른 책임의 시작입니다.
특약사항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인다면, 당신의 부동산 거래는 한층 더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