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임대차 계약, 단순히 ‘연장’하면 끝일까?
전세든 월세든, 부동산 임대차 계약은 일정한 ‘기간’을 전제로 체결됩니다. 계약이 끝나갈 무렵, 대부분의 세입자들은 “그냥 연장하면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임대차 계약은 자동으로 연장되는 구조가 아닙니다.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며, 이는 새로운 계약서 작성을 수반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증금이나 월세를 조정하거나, 계약기간을 다시 정하는 등 조건이 바뀐다면 이는 기존 계약의 연장이 아닌 ‘재계약’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계약이 끝날 무렵에는 반드시 임대인과 연락을 취해 계약 연장 여부 및 조건에 대해 명확히 합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주거 안정성을 지키는 '계약갱신청구권'의 도입 배경
2020년 7월, 정부는 세입자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하며 계약갱신청구권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는 집값과 전월세가 빠르게 오르며 세입자가 매번 이사를 강요당하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대응이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계약 만료 후, 임대인이 “이 집 팔려고요”, “월세를 30% 올릴게요”라며 갱신을 거절하거나 과도한 인상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했죠. 이제는 일정 조건만 갖추면, 임차인은 한 번에 한해 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게 되었고, 임대인은 법적 사유가 없는 이상 이를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생긴 가장 큰 변화는 바로 ‘2년 + 2년, 총 4년간 안정적인 거주가 가능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자녀의 학교, 직장, 병원 등 생활 기반이 한 곳에 형성된 세입자들에게 이 권리는 주거 이전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든든한 장치가 되었습니다.
3. 자율 재계약 vs 계약갱신청구권의 행사, 헷갈리지 말자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기 전, 세입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임대인과 협의하여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 두 번째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 두 방법은 비슷해 보이지만, 성격은 전혀 다릅니다.
자율 재계약은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유롭게 계약 조건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임대인이 월세를 10% 인상하자고 제안하고, 임차인이 수용하면 그 조건으로 계약이 갱신됩니다. 반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기존 조건을 대부분 유지한 채, 임대료만 법정 한도 내에서 인상 가능하며, 임대인은 이를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차이점은 ‘협상의 여지’와 ‘법적 강제력’입니다. 임차인이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는 갱신청구권을 행사하여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받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4. 임대인이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예외 상황
임대인은 어떤 경우에도 갱신을 받아들여야 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법은 임대인에게도 거절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제공합니다. 그 대표적인 사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 임대인 또는 직계가족의 실거주 목적: 이 집에 본인이나 가족이 실제로 거주할 계획이 있다면 갱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단, 진짜로 입주해야 하며, 나중에 허위로 밝혀질 경우 손해배상을 물게 됩니다.
- 임차인의 계약 위반: 월세를 몇 달이나 연체했거나, 무단으로 제3자에게 전대했거나, 계약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경우에는 갱신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 재건축·철거 등 불가피한 사정: 건물이 오래되어 철거 또는 대수선이 필요한 경우, 갱신 없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도 임대인은 명확한 증빙자료를 갖추어야 하며, 단순히 ‘들어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으로는 거절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5. 계약이 갱신되면, 임대료는 얼마나 오를 수 있나?
임대차 계약이 갱신될 경우, 많은 임차인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은 “월세나 보증금이 얼마나 오를까?”입니다. 법은 이 역시 명확히 규정하고 있습니다. 바로 직전 계약 임대료 대비 최대 5%까지만 인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월세가 100만 원이었다면, 갱신 계약에서는 최대 105만 원까지만 인상이 가능합니다. 보증금 역시 같은 방식으로 계산되며, 임대인은 이를 초과해 인상할 수 없습니다. 물론 자율 재계약에서는 이 제한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에 따라 임대료 인상 범위도 달라집니다.
임차인은 인상률이 5%를 넘는지 항상 확인하고, 그 이상의 요구가 있다면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선 지방자치단체나 분쟁조정위원회의 상담을 활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6. 갱신을 앞둔 세입자가 꼭 알아야 할 체크리스트
계약 연장이나 갱신을 앞둔 세입자라면 아래 체크리스트를 통해 실수 없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준비하세요:
- 계약 만료일을 정확히 파악하고,
-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 사이에 갱신 의사를 서면으로 전달합니다. 문자보다는 내용증명이 가장 안전합니다.
- 계약갱신청구권이 아닌 자율 재계약을 선택할 경우, 인상되는 임대료나 보증금을 신중하게 검토하세요.
- 임대인의 거절 사유가 있을 경우, 문서로 사유를 요구하고, 필요 시 공인중개사나 전문가의 자문을 받습니다.
- 계약이 연장되었다면, 반드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기존 계약서에 연장 조건을 별도 기재해 둡니다.
마무리 TIP ! 임대차는 ‘권리의 균형’이 만들어내는 관계입니다
임대차 계약 연장과 계약갱신청구권은 단순한 주거 연장의 문제가 아닙니다. 세입자의 안정된 삶, 임대인의 재산권 보호, 그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할 중요한 제도입니다.
임차인은 법이 보장한 권리를 적극 활용하되, 임대인과의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반대로 임대인도 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무리한 요구 없이 투명하고 공정한 임대 문화를 만들어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살던 집에서 계속 살고 싶다”는 당연한 바람이 더는 위협이 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이 제도의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지켜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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